◀앵커▶
지금까지는 낳고 싶은데 못 낳는다는
청년층 대답이 주류였죠.
그런데 더 아래 세대로 내려가면
\′못\′ 낳는 게 아니라 그냥 \′안\′ 낳겠다,
이렇게 대답이 달라집니다.
사회 여건이 나아지든 말든
안 낳겠다는 가치관의 변화인데요.
80년대 이후 자취를 감췄던 인구 교육이
30~40년 만에 다시 등장하는 진풍경이
벌어지게 됐습니다. 심충만 기자입니다.
◀리포트▶
"언젠가는 결혼해 아이를 낳지 않을까?"
과거 당연했던 이 물음에
요즘 공감하는 젊은층은 찾아보기 힘듭니다.
[김보현/대학생]
결혼은 해도 아이는 안 낳을 것 같아요.
[구도희/대학생]
"저는 결혼과 출산 계획이 없습니다."
이유도 가지가지입니다.
[조현진/대학생]
"경제적 여유가 어느 정도 있어야
아이를 키울 환경이 될텐데."
[김보현/대학생]
"제 경력이 단절되는 것도 걱정이 돼서"
더 아래 연령인 청소년도 결론은 마찬가지.
[이서윤/고교생]
"결혼과 출산 둘 다 딱히 선호하지 않습니다.
다들 안 하지 않나요?"
그런데 이유가 뚜렷하지 않습니다.
[심채은/고교생]
"잘 모르겠어요 이유는. 그냥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
거의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.
(아이를 안 낳는 것에 대해서요?) 네."
윗 세대처럼 \′여건 상 못 한다\′는 게 아니라,
\′그냥 안 한다\′는 얘기입니다.
지난해 전국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설문에서,
출산 필요성에 공감한 응답은 8.4%가 전부.
불과 5년 전 같은 연구자의 조사에서,
\′반드시 자녀가 있어야 한다\′는 응답이
절반을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
나 혼자 사는 게 익숙해진 사회 분위기 속에서
출산에 대한 미래 세대의 인식이
매우 빨리 변했다는 뜻입니다.
지금까지는 이유라도 있어서 해법을 찾았는데,
\′그냥 싫다\′는 이들에겐 해법도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.
[양원석 /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 본부장]
"목표가 있어야 그 목표를 달성할 텐데,
그 목표 자체를 설정하지 못하는, 젊은이들한테는.
정말 여러가지 지금보다 더 어려운 그런 상황이 될 겁니다."
1980년대까지 학교 교실에서 들어왔던 인구 교육.
"둘만 낳아 잘 기릅시다."
\′둘만 낳아 잘 기르자\′던 30년 전 인구 교육이
급기야 올해부터 학교에 다시 부활합니다.
아이를 왜 낳아야 하냐고 반문하는 미래 세대에게
인식 개선이 먼저라는 판단에,
충북도의회가 조례로 의무화를 했습니다.
국가와 사회를 위해 애 좀 낳으라는
전체주의적 강요가 아니라,
혼자보다 가족과의 행복과 소중함을
각인하는 캠페인에 가깝습니다.
[차우규 교수 / 한국인구교육학회장(한국교원대 교육연구원장)]
"문화로 형성이 되면 쉽게 우리가 깰 수 없습니다.
그렇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가치 문제,
가족 형성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
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문화 환경들을 만들어 가고."
"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"고 물어왔던 우리 사회가,
"왜 낳아야 하느냐"는 미래 세대의 반문에
거꾸로 대답할 차례가 왔습니다.
MBC뉴스 심충만입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