◀앵커▶
양산의 한 중학교에서
전교생과 교사가 핑크색 옷을 입고
등교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.
행사의 취지는
왕따, 즉 학교따돌림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라는데
어떤 속사정이 있는지 알아봅니다.
정세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.
◀리포트▶
등교길의 학생들 사이사이에서
선명한 핑크 빛이 눈에 띕니다.
용기를 내서 친구들과 함께 입고는 왔지만
여전히 어색한 듯 연신 서로를 쳐다보며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.
사춘기 사나이 자존심에 부끄러워
차마 핑크색 옷을 입지 못한 몇몇 남학생들은 집에서 갖고 온 엄마의 고무장갑으로 순간을 모면합니다.
[김태웅군 / 양산 중앙중학교 3학년]
"어머니는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셨지만, 핑크셔츠데이에 대한 취지를 말씀드리니까 좋은 뜻이구나 하고 이렇게 인정을 해주셨습니다."
학교따돌림, 왕따 예방을 위해, 양산중앙중학교 전교생과 선생님들이 핑크색 옷을 입고 등교하는
핑크셔츠 데이 행사를 가졌습니다.
[박세영 / 상담교사]
"핑크셔츠데이는 캐나다에서 시작된 학교폭력 예방행사입니다.
캐나다의 전학 온 학생이 핑크색 셔츠를 입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을 당하자 주변 학생들이 핑크셔츠를 사서 나눠 입어줌으로써 따돌림을 예방하게 되었다는 것에서 학교폭력 의미가 큰 행사입니다."
2년전 캐나다에서 시작된 행사의 취지를 접한
이 학교 선생님들이 지난해 선생님들만 참가하는 행사를 가졌고
올해는 전교생이 함께 하는 행사로 확대했습니다.
[장우철 / 양산 중앙중학교 교장]
"여태까지 학교의 닫혀져 있던 틀에서 핑크색 셔츠를 입고 장신구를 착용함으로써 학생들이 오늘 하루 만큼은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친구들을 아우를 수 있는 좋은 하루가 된 것 같습니다. "
이것 저것 하지마라 투성이인
딱딱한 교칙도 잠시 잊고
핑크색 장신구와 옷으로 한 껏 멋을 내봤습니다.
[윤지은 / 양산 중앙중학교 2학년]
"옷을 준비하면서 생각보다 핑크색이 좀 난해하더라고요,
그래서 난해하길래 \′어? 어떻게 해야되지?\′ 고민을 했는데 이렇게
애들 다 핑크색 옷을 입고 있으니까 난해한 건 별로 걱정이 안돼 가지고 재미있었습니다."
교무실의 선생님들도 학생들과 같은 색으로 맞춰 입고, 함께 사진도 찍으면서 왠지모를 편안함과 푸근함,
하나가 됐다는 느낌도 받게됩니다
[김유진 / 양산 중앙중학교 2학년]
"되게 재미있고 친구들도 다 핑크색 입고 오니까 뭔가 유니폼 같고, 뭐 맞춤 유니폼 같은... 그래서 친화력도 생긴거 같아요."
학교따돌림과 학교폭력등으로 어수선한 교육계의 현실에서
작지만 큰 울림의 시작을 보는 것 같습니다.
색채학에서 핑크는 과거 여성과 연민의 상징에서
지금은 용기와 우정의 상징으로 그 의미가 확대된다고 합니다.
부드러운 핑크색이 주는 신선한 마법의 힘이
학교 교육현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.
MBC뉴스 정세민입니다.
◀ 끝 ▶